[이사람] 도예가 김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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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2,401 Views 22-04-06 12:09본문
9代째 280여년 도예가문…문경 찻사발·도자기 알리기 위해 다완박물관 개관
1년 전 한국에서 유일한 다완박물관인 ‘한국다완박물관’을 개관해 한국도자기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줬던 김선식 도예가. 그의 앞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도자기들이 보인다.
9대째 도예가문을 이어오고 있는 관음요. 도예의 고장 문경에서 대표적인 도예가문으로 인정받고 있는 관음요가 최근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은 8대 김선식 도예가(49)가 지난 1월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2-마호 문경 사기장(청화백자)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초대 김취정 선생을 시작으로 그 맥을 이어오는 있는 관음요는 김선식 도예가에 이르러 그 절정에 다다랐으며 이 기운을 그의 아들 민찬군(한국전통문화대학 1년)이 함께 키워가고 있다.
▶9
대째 도예를 이어가고 있는 도자기 명문입니다. 280년의 도자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730년대생인 초대 김취정을 시작으로 2대 김광표, 3대 김영수, 4대 김낙집, 5대 김운희, 6대 김교수, 7대 김복만을 거쳤습니다. 초대는 영조시대에 활동한 사기장으로 발물레를 처음으로 제작해 사용하였습니다. 3대때 문경시 관음리로 터를 옮겨 현재의 관음요가 탄생하게 되었지요. 4대는 조선백자 9대 가문에 남아있는 도자유물 중 제작연도가 가장 오래된 ‘백자경신명발’을 만든 사기장이었습니다. 5대는 달항아리 제작에 탁월한 기술을 인정받아 왕실 소속 사옹원의 분원 사기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선친인 7대는 그림에도 재능이 있어 도자그림으로 인기를 얻었고 전국공예대전 등에서 많이 입상하셨습니다. 8대인 저를 지나 이제는 9대째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아들도 도예가의 길 선택해 학업 중
전통 계승, 시대흐름 수용한 작품 시도
탁도높은 문경흙으로 만든 대형항아리
투박하고 거친 ‘삼베같은 청화백자’
‘문경 청화백자 무형문화재’좋은 결실
기법 전수 위해 과학적 데이터 정립
‘관음댓잎자기’특허 ‘경명진사’ 출원
적송 건조기법 개발, 화도시간 줄여
한국다완 우수성 해외 관광객에 홍보
밥그릇 등 생활자기 박물관도 추진중
내달 ‘도예 삼십년 외길’전시도 계획
▶아드님도 어릴 때부터 도예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압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도예가의 길을 가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는데요.
“저와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어깨 너머로 도예를 배우고 늘 흙을 주무르고 살았지요. 이천도예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뒤 올해 한국전통문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여러 대회에 입상(문경전통발물레경진대회 우수상, 대한민국명장회 도자기기능경기대회 대상 등)해 자연스럽게 도예가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지금 열심히 학업 중입니다. 주말마다 집에 와서 저의 일도 도와주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든든합니다.”
▶뒤늦게마나 무형문화재가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무형문화재 지정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다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사실 아버지에게 도예를 배우기 시작해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습득했습니다. 또 법고창신이라는 화두를 두고 저 스스로 많은 시도를 해 전통을 이으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적극 수용한 작품들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이런 연구와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청화백자라는 신규분야로 지정이 되었는데 문경만의 청화백자를 보여주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것이 무형문화재 지정에도 긍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기장 중에 청화백자분야의 문화재는 처음이고 문경의 흙을 사용해 기존의 청화백자와는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했습니다. 우윳빛이 감도는 백자가 아니라 약간 청색이 감돌면서 작은 점들이 보이는 백자라는 점이 다른 듯 합니다.
“맞습니다. 기존의 아주 깨끗한 백자와는 다릅니다. 이는 문경 흙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문경에서 터를 잡고 도자기를 구우면서 문경 흙을 쓰는 것은 당연하고 이것이 문경다운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문경 흙은 순도가 떨어지고 탁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푸른빛이 살짝 감돌면서 불순물 같은 점이 있지요. 선조들은 이 흙으로 생활도자기를 주로 만들었으나 저는 대형항아리를 시도했습니다. 순도가 떨어지는 흙으로 대형항아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에 실패도 많이 했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이 청화백자를 ‘삼베 같은 느낌의 자기’라 했는데요.
“일반 백자가 맑고 깨끗해 세련된 아름다움을 준다면 제가 만든 청화백자는 투박하고 거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깊은 맛이 있지요. 이같은 느낌이 삼베나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오랫동안 입어서 약간은 낡은 듯한 무명옷 등의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갑니다.”
▶청화백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론 정립, 과학적 데이터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과정에서 저만의 청화백자가 탄생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서 주먹구구식으로 도자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도자를 할수록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이런 기법이 전수가 되어야 하는데 그 자료를 남겨야 하는 것이지요. 작업일지를 써온 지는 꽤 되었지만 몇년 전부터는 더 자세히, 충실히 적고 있습니다.”
▶청화백자가 유명하지만 그동안 김선식만의 도자기를 많이 선보여왔습니다.
“저희 가문에서는 대대로 청화백자를 만들어왔지만 저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지요. 그 대표적인 결실이 2006년 특허를 획득한 ‘관음댓잎자기’입니다. 이 자기는 도자기 요철부분에 황토를 덧발라 대나무 잎모양을 낸 것으로 깨끗하고 단단한 백자에 부드럽고 질박한 분청의 질감을 살린 것입니다. 같은 해 ‘경명진사’ 특허도 출원했습니다. 선친으로부터 전수한 경명주사를 이용해 새로운 진사유약으로 만든 자기입니다.(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얻은 결과물로 각종 도예대전에 참여했으며 20여회의 입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 명인, 경북도 최고장인, 경북도 문화상 등으로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다.)”
▶도자기 제작에 있어 불도 중요합니다.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하는데, 불을 때는데도 남다른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압니다.
“전통 방식대로 가마에 장작불을 지펴 도자기를 굽고 있는데 도자기의 소성시간을 줄이는 방법 찾기에 나섰습니다. 땔감으로 소나무를 쓰는데 이것을 구하는 것이 점점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선대로부터 소나무만을 고집해온 데다 좋은 나무로 구워야 도자기의 빛깔이 제대로 나오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다른 나무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도자기의 소성시간을 줄이기 위해 땔감인 적송의 건조기법을 개발해 화도 올리는 시간을 3분의 1 정도로 줄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는 문화예술부문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완전문박물관인 한국다완박물관도 개관했습니다. 유물을 모으는 것도, 사립박물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문경찻사발축제가 20여년이 되어 한국대표축제로 자리잡았고 문경이 찻사발의 고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찻사발을 좀더 대중화시키고 문경의 도자기를 널리 알리고 싶어 다완박물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음요갤러리 건물 지하 1층에 박물관을 지었습니다. 전시실은 2개입니다. 이 박물관은 다완의 이해를 돕고 한국 다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건립한 것입니다. 박물관에는 고대의 다완부터 수억원을 호가하는 중국대가의 작품, 활발한 활동을 하는 국내 대표작가들의 작품 등 80여명의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2천500여점이 소장돼 있습니다. 1전시관에는 김정옥·천한봉 선생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원로도예가들의 작품들, 신정희·김성기·김윤태·김복만 선생 등 작고 작가들의 작품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전시실에는 그들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한 2세대 작가들의 다완과 다기세트 등을 전시합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다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의지가 이 박물관에서도 느껴집니다.
“한국의 다완과 관련된 역사를 비교적 자세히 적은 패널을 붙이고 관련 영상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설명서에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어, 중국어를 같이 표기해 해외관광객에게도 한국 다완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에 한차례 기획전을 열어 좀더 다양한 도예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려 합니다.”
▶박물관의 추가건립도 언급하셨는데요.
“그동안 다완만이 아니라 화기, 밥그릇 등 생활자기도 꽤 많이 수집했습니다. 조만간 전수관을 건립할 계획인데 전수관 옆에 생활자기를 보여주는 박물관도 추가로 지을 예정입니다.”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도자기시장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 합니다.
“차(茶) 인구가 줄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도자기 시장이 점점 얼어붙고 있습니다. 제자 중에 도자기를 하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도예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도예가가 많아져야 합니다. 젊은 작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 마련이 시급합니다. 젊은 작가들 스스로도 작업에 임하는 자세를 바꿔야 할 것입니다. 도예를 단순히 생계수단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한다면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한결 수월할 것입니다.”
▶다음달 대구 전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4월2~7일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관음요 김선식 무형문화재 지정 기념 특별전- 삼백년 내공에 삼십년 외길’을 엽니다. 저의 대표작을 비롯해 청화백자 신작을 다양하게 보여줄 예정입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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